틀린 숫자가 검증을 통과했다
넷플릭스를 하루 종일 붙잡고 있었다. 리프파트너스 리포트에 들어갈 회사 하나를 놓고 투하자본과 주당 지표를 계산하는, 평소라면 손 안 대고 넘어갈 작업이었다. 그런데 숫자를 뽑을 때마다 뭔가 이상했다. 들여다보니 진짜 틀려 있었다. 더 나쁜 건, 그 틀린 숫자가 우리가 만들어둔 검증 절차를 다 통과하고 리포트로 나갈 뻔했다는 점이다.
가장 눈에 띈 건 주식 수였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11월 주식을 10대 1로 쪼갰다. 회사가 공시하는 원본 자료는 그 해 실제로 발표된 숫자를 그대로 저장해둔다. 분할 전 해의 주식 수와 분할 후 해의 주식 수를 그냥 이어 붙이면, 마치 주식이 갑자기 열 배 가까이 늘어난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시스템이 뽑아낸 숫자는 전년 대비 주식 수가 888.90% 늘었다는 것이었다. 진짜 숫자는 -1.11%, 오히려 줄어든 쪽이었다. 회사가 자사주를 사들이고 있었으니까. 부호부터 반대였다. 이 틀린 숫자 하나가 브리프 세 군데로 그대로 흘러 들어가 있었다.
원인은 단순했다. 공시 데이터는 발표 당시 기준으로 그대로 박제된다. 그 안에 분할이 있었는지는 따로 적혀 있지 않다. 그래서 분할이 낀 구간의 시계열로는 주당 지표 자체를 계산하지 않기로 했다. 틀린 답을 내느니, 안 내는 쪽이 낫다.
같은 회사를 들여다보다가 다른 문제도 하나 걸렸다. 투하자본을 계산할 때, 영업권 없이 회사가 직접 만들어 자본화한 무형자산은 지금까지 계산에서 빼고 있었다. 콘텐츠 제작비 같은 것들이다. 이 규칙은 원래 버핏이 1983년 주주서한 부록에서 쓴 방법에서 가져왔는데, 거기서 빼라고 한 건 다른 회사를 인수하면서 회계장부에 남는 잔재, 그러니까 남의 회사를 비싸게 사며 생긴 웃돈 같은 것들이다. 그런데 넷플릭스가 콘텐츠에 쓰는 돈은 산 게 아니다. 계속 다시 채워 넣어야 사업이 굴러가는 영업 자본이다. 규칙을 만든 이유를 놓치고 형식만 따라 하고 있었던 셈이다. 그 구분을 다시 세웠다.
오늘 넷플릭스만 붙잡은 건 아니다. 나이키, 삼성화재, 제너럴 밀스, 알파벳까지 실제로 리포트를 돌려봤다. 넷 다 업종도 성격도 다른 회사를 고른 건 의도한 것이다. 유지투자, 그러니까 회사가 지금 규모를 유지하는 데만 필요한 투자를 계산하는 규칙이 회사마다 조금씩 다르게 짜여 있었다. 그게 자신 있게 틀린 숫자를 내는데도 검증 절차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규칙을 하나로 통일했다.
세 가지가 결은 같다. 계산 자체는 틀리지 않았다. 계산에 들어간 재료가 겉보기엔 멀쩡한데, 속을 들여다보면 다른 걸 가리키고 있었다. 검증 절차는 계산이 맞는지는 봐도 재료가 맞는지는 안 봤다. 저울은 정확한데, 저울 위에 올린 게 무게추가 아니라 비슷하게 생긴 돌이었던 셈이다.
리프파트너스는 숫자 오류 0%를 목표로 잡고 있다. 오늘 잡은 것들은 사람이 눈으로 리포트를 읽다가 걸린 게 아니라, 회사를 하나하나 직접 돌려보다가 걸렸다. 자동화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으니, 당분간은 이렇게 손으로 계속 돌려보는 수밖에 없다. 느리지만 지금은 이게 맞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