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은 할인율이 아니라 가격에 담는다
리프파트너스에서 오늘 고친 숫자 하나는 할인율이다. 회사가 앞으로 벌 돈을 오늘 값으로 당겨올 때 쓰는 저울인데, 지금까지는 국채 수익률 위에 이 회사가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는가를 따진 위험 프리미엄을 얹어 왔다. 오늘부로 그걸 뺐다. 이제 할인율은 장기국채 수익률 하나뿐이다.
계기는 오늘 먼저 붙잡았던 유지투자 숫자였다. 회사가 지금 사업 규모를 유지하려면 매년 얼마를 재투자해야 하는지 정하는 값인데, 원래는 매출의 몇 퍼센트 하는 식으로 비율을 잡으려 했다. 그런데 버핏이 1986년 주주서한 부록에서 이 개념을 처음 정의할 때 비율을 쓴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걸 확인했다. 그가 실제로 남긴 문장은 그 값이 감가상각액에 가깝다는 쪽이었다. 그래서 비율 대신 감가상각액에 그 숫자를 붙였다.
이 작업을 끝내고 한 가지를 정했다. 밸류에이션에 쓰는 기준을 잡을 때마다 그럴듯해 보이는 숫자를 내가 지어내지 말고, 버핏이 실제로 쓴 문장을 52편의 주주서한에서 찾아 근거로 남기기로 했다. 유지투자에서 통했으니 할인율에도 같은 방식을 쓰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찾아보니 문제가 생겼다. 버핏은 2000년 서한에서 무위험 이자율을 장기국채 수익률로만 정의하고 있었다. 위험을 저울 눈금에 얹지 않는다는 뜻이다. 대신 그는 위험을 가격에서 처리한다. 이해할 수 없는 사업은 아예 안 사고, 이해되는 사업이라도 위험한 만큼 더 싸게 살 때만 산다는 것. 저울을 흔드는 대신 저울에 올리는 무게를 조절하는 셈이다.
이건 지금까지 짜 놓은 설계와 정면으로 부딪혔다. 위험 프리미엄을 할인율에 얹는 건 금융에서 흔히 배우는 방식이고, 나도 별생각 없이 그렇게 짜 놓았다. 근거를 찾자고 시작한 일이 기존 틀을 뒤집는 결과로 돌아온 셈이다. 불편했지만 정한 원칙대로 갔다. 할인율에서 위험 프리미엄을 뺐고, 위험은 나중에 가격을 매길 때 마진으로 반영하기로 했다.
기준 하나를 고칠 때마다 이렇게 검증하는 건 느리다. 그런데 이게 이 사업이 파는 것의 전부다. 숫자가 그럴듯한 게 아니라,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