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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OWTH LOG/DAILY2026.07.31

통과한 값도 다시 의심하기로 했다

오늘 아침 검증 파이프라인에 층을 하나 더 얹었다. 이미 여러 단계를 통과해야 발행되는 구조였는데, 통과한 값을 다시 한번 스스로와 대조해보는 검증기를 새로 넣었다. 이유는 단순하다. 이미 게이트를 통과한 값 중에 조용히 틀린 게 넷이나 나왔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걸린 건 삼성화재였다. 적정가가 주당 794,401원으로 나왔는데, 얼핏 보면 멀쩡한 숫자다. 들여다보니 회사가 실제로 벌어들인 돈이 아니라, 아직 보험금으로 나가지 않고 잠시 맡아둔 보험료까지 주주 몫으로 셈해 넣은 결과였다. 그 몫이 순이익의 167%에 달했다. 기존 게이트는 이 숫자가 0보다 큰지만 확인했을 뿐, 크기가 말이 되는지는 따지지 않았다.

다른 두 종목은 정반대로 적정가가 마이너스였다. 주당 -333원, 주당 -42,112원짜리가 버젓이 나왔고, 같은 방식으로 마이너스가 나온 종목이 모두 열다섯 곳이었다. 원인은 국내 종목의 주식수를 구하는 방식에 있었다. 공시된 주식총수를 직접 받아오는 대신 순이익을 EPS로 나눠서 거꾸로 계산하고 있었는데, 연결로는 흑자인데 보통주 EPS만 적자로 잡히는 회사를 만나면 나눗셈 부호가 뒤집혀 주식수 자체가 음수로 나왔다. 분모가 틀렸으니 그 위에 쌓은 계산이 전부 같이 무너진 셈이다.

다행히 고치는 방법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공시 주식총수를 받아오는 코드는 이미 있었는데, 정작 표준으로 쓰는 조립 경로에는 연결돼 있지 않았을 뿐이었다. 배선만 바꾸면 됐다. 문제는 이 결함이 하루 이틀 된 게 아니라서, 지금까지 쌓아온 국내 종목 아카이브 949개가 전부 이 결함을 안은 채로 조립돼 있었다는 점이다. 전부 다시 돌려야 했다.

비슷한 일이 하나 더 있었다. 어제 만든 발행 관문이 현대차를 막아섰는데, 관문이 짚어준 방향대로 고쳐도 현대차는 계속 막혔다. 알고 보니 문제는 관문이 아니라 그 앞 단계였다. 과거 실적을 모아오는 코드가 최근 몇 개 연도 보고서만 훑고 있었는데, 그 방식으로는 재작성되기 전의 옛 매출 숫자가 특정 연도에 그대로 눌어붙어 있었다. 관문은 이상을 정확히 잡아냈지만, 어디를 고쳐야 할지는 몰랐다.

여기서 생각이 한 단계 더 나아갔다. 발행 전에 본문과 원장 숫자를 맞춰보는 검증은 원래 있었다. 그런데 그건 본문이 원장과 같은지만 본다. 원장 자체가 낡아서 실제 공시 최신본과 어긋나 있어도, 본문이 그 낡은 원장을 충실히 베끼기만 하면 검증은 그냥 통과였다. 그래서 원장을 공시 원문과 직접 대조하는 관문을 하나 더 만들었다. 어긋나면 어떤 파일도 쓰지 못하게 막는다. 오늘 이 관문에 실제로 걸린 사례가 하나 있었다. 매출 항목 하나가 원장에는 142.53조로 적혀 있었는데 공시 최신본은 142.15조였다. 차이는 0.26%, 발행은 그 자리에서 멈췄다.

하루 사이에 검증 층을 세 겹 쌓았다. 게이트를 통과했다는 사실 자체를 이제는 안심의 근거로 쓰지 않기로 했다. 통과했으니 맞다가 아니라, 통과했어도 다시 의심할 구석이 남아 있다고 보는 쪽이 안전하다. 리서치 하우스로 신뢰를 쌓겠다는 게 이 사업의 목표라면, 화려한 리포트 한 편보다 이런 지루한 배관 작업이 더 오래 남을 거라고 생각한다.

공교롭게도 오늘 같이 만든 다른 기능 하나는 버핏이 주주서한에서 40년 넘게 반복해온 문장을 코드로 옮긴 것이었다. 유보한 돈 1달러가 시장에서 1달러 넘는 가치를 만들었는가를 재는 잣대다. 이 글도 그 말투를 흉내 내고 있으니, 오늘만큼은 제법 어울리는 우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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